[동행]
아빠에게 가는 길
청각장애 3급
아빠 용철 씨
맏이 하영이
둘째 주예
보청기
동행 179회 미리보기
아빠에게 가는 길
“아빠가 너무 보고 싶고, 미안해요”
맏이 하영이의 고백
고향을 떠난 지 3년, 하영이(22)는 마트 판매직부터
병원 업무 보조 일까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하며 고된 타향살이를 견디고 있다. 청소년 시절,
친구들과의 외출도 쉽지 않을 정도로 걱정과
잔소리를 늘어놓았던 아빠와 갈등의 골이 깊어져
스무 살이 되자마자 도망치듯 떠나온 고향. 독립을
선택할 때만 해도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지만 의지할 곳 하나 없는 곳에서 생계를
꾸리고 뿌리내리는 일은 녹록치가 않았다.
간호조무사의 꿈을 이루면 다시 고향을 찾겠다고
다짐했지만, 단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버는
돈만으로는 월세와 생활비를 감당하기조차도
벅찬 현실이다. 그리고 뼈아프게 느껴지는 아빠의
빈자리... 엄마가 떠난 뒤, 혼자 아이들을 키우며
생계를 꾸려야했던 아빠는 그동안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 아빠를 향한 미안함과 그리움은
커져만 가지만, 지난 3년간 쌓인 갈등과 오해를
어디에서부터 풀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우리 하영이 덕분에 힘든 시간을 견딜 수 있었어요”
아빠의 아픈 손가락
다른 사람의 입 모양을 보고서야 겨우 의사소통이
가능한 아빠 용철(51)씨. 청각장애 3급인 아빠가
평범하게 살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만 했다. 젊은 시절에는 인천의 자개 공장에서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고, 고향에 돌아와서는
사과 농장과 버섯 농장을 전전하며 생계를 꾸려왔던
아빠. 하지만 평범한 가정을 꾸리는 일은 쉽지
않았고, 막내딸이 다섯 살 무렵 아내가 떠난
뒤에는 무너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만 했다.
그 때 아빠를 버티게 한 것이 누구도 아닌
맏이 하영이었다. 밤에 깨어 울며 보채는 동생들을
다독이고 보살피고 엄마의 빈자리를 묵묵히
채워주었던 하영이... 하지만 딸이 자신의 몫을
버거워하고 있었음을, 힘들어 혼자 숨죽여 울었음은
미처 알지 못했다. 스무 살이 되어 집을 떠나버린
딸이 당시에는 매정하게만 느껴졌지만, 이제는
딸의 그 마음마저도 헤아린다는 아빠... 딸의
안부가 걱정되고 그립지만 그저 아프지 않고
잘 지내기만을 바랄뿐이다.
“서로 걱정은 하면서도 만나지는 않아요”
둘째 주예의 눈물
보청기에 의지해 겨우 일상을 꾸려가는 아빠.
그런데 요즘 배터리를 갈아도 보청기가 금방
기능이 다하는지 잘 들리지가 않아 둘째 주예와
함께 보청기 매장에 들렀다. 그런데 검사 결과,
아빠는 청력을 대부분이 손실된 데다 오래 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한 보청기는 조율이 되지 않는
기종이어서 아빠에게 맞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빠의 청력에 맞는 새로운 보청기는 최소
200만원이 넘어 당장은 교체 할 수가 없는 형편...
다음을 기약하고 매장을 나섰지만, 아빠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둘째 주예는 걱정스럽기만 하다.
의지할 곳도, 의논할 대상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
3년째 집에 돌아오지 않는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아빠의 상태를 알리는데... 걱정 가득한 언니의
목소리를 들으며 전화를 끊은 주예는 서로를
걱정하고 안타까워하면서도 만나지는 않는
가족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없다. 언니는
언제쯤이면 집으로, 가족의 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책임 프로듀서: 이경묵 / 프로듀서: 김석희
제작: 미디어파크
연출: 김동환 / 글·구성: 김신애 / 조연출: 선주연
/ 서브작가: 김은진
[출처] kbs